전기안전관리자로 처음 선임되고 나서 가장 부담됐던 일이 정기검사였다.
평소에는 수변전설비 상태를 보고 계기값을 확인하고, 이상이 없는지 점검하는 게 주 업무였다. 그런데 정기검사는 정전을 하고 평소에는 볼 수 없는 설비 내부까지 확인해야 하다 보니 느낌이 전혀 달랐다.
내가 근무했던 건물은 1~2층이 상가였고, 그 위로 7층까지는 사무실이었다. 8~9층은 창고로 사용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22.9kV로 수전받았고 수전용량은 1,000kW였다. 기본적인 수변전 설비였는데 인입 쪽에 LBS가 있었고 그 다음 VCB, ACB, 저압반으로 이어지는 구조였다. MCC반은 따로 있었다. 설비 규모가 큰 편은 아니라 큐비클도 한 줄로 길게 구성돼 있었다.
비상발전기는 당시 기억으로 KELKO 제품이었고 연속출력 234kW, 비상출력 260kW 정도였다. 발전기는 가끔 무부하운전으로 10분씩 돌려줬는데 그때마다 고장날까 걱정됐던 기억이 난다.
지금 생각해 보면 첫 정기검사라서 긴장도 많이 했지만, 전기안전관리자로서 내가 맡은 설비를 제대로 들여다본 첫 경험이기도 했다.
설비가 오래돼서 처음부터 걱정이 많았다
당시 수변전설비는 오래된 장비가 많았다.
ACB 한 대는 전년도에 교체돼 비교적 새것이었지만, 나머지 설비들은 대부분 30년 이상 사용한 장비였다.
특히 오래된 ACB는 평소에는 정상적으로 사용되더라도 정전검사 때 한 번 내렸다가 다시 안 올라오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서 정전작업 전에 한국전기안전공사 검사 직원분과 설비 상태를 두고 이야기를 나눴다.
결국 오래된 ACB 2대는 굳이 내리지 않기로 했다. 저압반 차단기는 당연히 내려서 부하를 분리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당시에는 검사 직원분과 설비 상태를 같이 보고 결정한 방법이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무조건 모든 차단기를 조작하는 것보다 오래된 설비는 상태를 보고 판단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걸 처음 배운 순간이었다.
서류는 내가 할 수 있는 건 최대한 직접 준비했다
정기검사 준비하면서 가장 신경 썼던 것 중 하나가 서류였다.
외주업체에 전부 맡겨서 자료만 받아도 됐겠지만, 전기안전관리자로 선임돼 있으니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은 직접 해보고 싶었다.
현장에 측정장비가 있는 항목은 직접 측정하고 기록했다.
평소 점검했던 값도 다시 확인하고, 검사 전에 필요한 자료들을 하나씩 정리했다.
반대로 장비가 없는 항목은 외주업체에 맡겼다.
접지저항 측정이나 열화상 점검 같은 항목은 전문업체에서 측정한 뒤 자료를 만들어줬고, 그 자료를 검사서류에 포함했다.
당시에는 ‘선임자가 됐으니 모든 걸 내가 다 해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내가 할 수 있는 건 직접 하고 전문장비가 필요한 부분은 업체 도움을 받는 게 현실적이라고 생각했다.
정전이 시작되니까 긴장감이 확 올라왔다
검사 당일 계획대로 정전을 진행했다.
상용전원이 끊긴 뒤에는 비상발전기가 정상적으로 기동하는지 먼저 확인했다.
발전기가 제대로 돌아가는 걸 확인한 뒤 수변전설비 내부 점검 준비를 시작했다.
정전을 했다고 바로 안으로 들어간 건 아니었다.
방전작업을 진행하고, 정말 전기가 끊긴 상태인지 다시 확인했다.
머리로는 정전됐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평소 22.9kV가 들어오는 설비라는 생각 때문에 긴장이 쉽게 풀리지는 않았다.
처음 큐비클 안에 들어갔을 때는 솔직히 무서웠다
정전과 안전확인을 끝내고 처음으로 큐비클 내부에 들어갔다.
밖에서 문 열고 설비를 보는 것과 안쪽으로 직접 들어가는 건 느낌이 완전히 달랐다.
솔직히 굉장히 무서웠다.
전기가 끊긴 걸 확인했는데도 괜히 긴장이 됐다.
‘평소에는 여기에 22.9kV가 들어오는 곳인데 내가 지금 안에 들어와 있구나’ 하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한편으로는 신기하기도 했다.
책이나 외부에서만 보던 수변전설비 내부를 직접 보니까 각 기기와 배선이 어떻게 구성돼 있는지 훨씬 실감이 났다.
그런데 한 번 들어가 본 뒤 내 생각은 분명했다.
가능하면 다시 들어가고 싶지는 않은 곳이었다.
고압설비는 익숙해진다고 해서 방심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그때 더 강하게 들었다.
안쪽 청소도 직접 해봤다
정전된 상태에서 내부 먼지와 오염 상태를 확인했다.
설비가 오래돼서 그런지 내부에 먼지가 꽤 쌓여 있는 부분도 있었다.
안전이 확보된 범위에서 마른 걸레로 먼지를 털어내고 설비 상태를 같이 살펴봤다.
그냥 청소만 한 건 아니었다.
단자나 연결부에 변색이 있는지, 탄 흔적이나 냄새는 없는지, 절연물이 깨지거나 손상된 부분은 없는지 같이 확인했다.
평소 문 밖에서 보는 것과 정전 후 내부에서 직접 보는 건 확실히 차이가 있었다.
오래된 설비일수록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안쪽 상태를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제는 점검이 끝난 뒤에 생겼다
청소와 점검을 마치고 이제 복전을 시작했다.
여기까지는 생각보다 순조롭게 진행됐다.
그런데 전원을 정상 상태로 돌리는 과정에서 ATS 하나가 제대로 복귀하지 않았다.
점검은 거의 끝났다고 생각한 순간이라 당황했다.
원인을 확인해 보니 ATS를 동작시키는 MC 접점이 제대로 붙지 않으면서 자동복귀가 안 되는 상태였다.
정전할 때보다 오히려 그 순간이 더 긴장됐다.
전기를 끄는 것도 중요하지만, 모든 설비를 다시 정상 상태로 돌려놓는 과정이 더 부담될 수 있다는 걸 처음 느꼈다.
ATS는 결국 수동으로 복구했다
당시 현장에서 상태를 확인하고 ATS를 수동으로 복구했다.
다행히 검사 직원분도 같이 상황을 확인했다.
검사 직원분은 큰 결함이라기보다 제어 쪽에서 생긴 비교적 단순한 문제로 봤고, 현장에서 정상적으로 복구된 걸 확인한 뒤 부적합까지 주지는 않았다.
최종 결과는 적합이었다. 그 순간 정말 안도했다.
첫 선임자로 준비한 첫 정기검사였는데, 중간에 문제가 하나 생기기는 했어도 결국 무사히 끝냈다는 느낌이 컸다.
첫 정기검사를 끝내고 느낀 점
정기검사 전에는 솔직히 걱정이 많았다.
설비가 오래됐고, 내가 전기안전관리자로 처음 선임된 뒤 받는 검사라 부담도 컸다.
특히 오래된 차단기를 조작하다가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 해야 하나 계속 신경이 쓰였다.
실제로 복전 과정에서 ATS 문제가 생기기도 했다.
그래도 검사 전에 설비 상태를 확인하고, 검사 직원분과 노후설비 조작 범위를 상의하고, 필요한 자료를 미리 준비한 덕분에 큰 문제 없이 마무리할 수 있었다.
이 경험 이후로 정기검사를 단순히 ‘전기안전공사에서 와서 검사하고 가는 날’이라고 생각하지 않게 됐다.
평소에 내가 설비를 얼마나 알고 있었는지, 점검기록을 얼마나 관리했는지, 정전과 복전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 어떻게 대응하는지가 한 번에 드러나는 날에 가까웠다.
내가 직접 해보면서 느낀 것
평소에 기록해 두는 게 정말 편했다
정기검사 직전에 모든 자료를 한꺼번에 만들려고 하면 생각보다 일이 많다.
평소에 점검한 내용과 측정값을 기록해 두니까 준비할 때 훨씬 수월했다.
오래된 설비는 함부로 조작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래된 차단기는 내렸다가 다시 안 올라올 수도 있다.
내 현장에서도 검사 직원분과 상의해서 ACB 일부를 건드리지 않는 방향으로 진행했다.
무조건 많이 조작하고 많이 점검하는 게 좋은 건 아니라는 걸 느꼈다.
정전보다 복전이 더 무서울 수 있다
모든 검사가 끝났다고 끝난 게 아니다. 우리 현장도 문제는 복전하면서 발생했다.
발전기, ATS, 주요 부하가 원래 상태로 제대로 돌아왔는지 마지막까지 확인하는 게 중요했다.
직접 들어가서 본 경험은 오래 기억에 남았다
자격증 공부할 때 수변전설비를 많이 봤지만 실제로 정전된 큐비클 안에 들어가서 설비를 본 경험은 느낌이 완전히 달랐다.
무섭기도 했고 신기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 경험 이후로 고압설비를 볼 때 예전보다 훨씬 조심하게 됐다.

위 사진은 정기검사 적합 판정 받은 서류.
마무리
내 첫 정기검사는 완벽하게 아무 일 없이 끝난 검사는 아니었다.
30년 이상 된 설비가 많아서 정전 전부터 긴장했고, 큐비클 내부에 처음 들어갔을 때는 솔직히 무서웠다.
점검을 마친 뒤에는 ATS가 정상적으로 복귀하지 않는 문제까지 생겼다.
그래도 현장에서 원인을 확인하고 수동으로 복구했고, 검사 직원분과 최종 상태를 확인한 뒤 적합 판정을 받을 수 있었다.
그렇게 전기안전관리자로서 첫 정기검사를 무사히 끝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날 가장 크게 배운 건 기술적인 내용보다 ‘내가 이 설비를 책임지고 있구나’라는 감각이었다.
혼자 무리해서 판단하기보다 모르는 부분은 검사 담당자나 경험자와 상의하고, 확인할 건 끝까지 확인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것도 그때 많이 배웠다.